첫머리 생각(서문)엔 두 저자의 집필 의도가 나온다.(←당연한거 아닌가) 그런데 너무 뻔한 표현이 눈에 걸린다. "놀랍다!", "무거운 수학 개념을 가볍게", "누구나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 쿨하고 시크한 분(=나)들에겐 묘하게 겉만 그럴싸한 포장같이 보일지도 모르겠다. 바꿔보면 자신감 충만하고 솔찍한 표현. 군더더기 없이 진짜로 쓰고 싶은 말만 써놓은 덕에 믿기 힘들다! 이건 '첫머리 생각'이 아니다. 차라리 '내용요약'은 어떨까?
(생각없이 팍팍 넘기다가 제4부에서 물 먹은 탓에 이렇게 복수해야겠다. 태클걸고 싶은 부분도 아니지만 그냥)
이 책은 '보나마나…'와 '놀랍게도…'로 각 챕터의 시작을 알린다. 어지간히도 독자들을 놀래키고 싶었던걸까? 각 챕터마다 처음엔 흥미로운 이야기(사건)을 보여준다. 한가지 주제, 즉 한 챕터당 대여섯가지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1부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해도 인터넷 서핑중에도 봤음직한 이야기 수준이다. 왜 그거 있지 않던가, 링컨과 케네디의 당선년도와 암살년도가 딱 100년씩 차이난다는 것이나 태어나자 마자 헤어진 쌍둥이가 무척 비슷한 습관을 가졌다던가…. 덕분에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읽을 필요도 없다. 당연한 결론이지만 "링컨-케네디의 유사성은 은밀한 우주적 음모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라, 우연의 일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수학적 확실성에서 비롯한 것이다."라고 말하다니. 은근슬쩍 음모론을 부정하고 넘어가는걸 보고선 호감도가 상승했다.(이건 개인적 취향의 영역…)
확률-통계에서 4차원까지. 7차 교육과정 인문계 수리영역 학습 수준으로 판단한 「수학재즈」의 난이도는 어렵지도 쉽지도 않다. 집중력만 유지하면 큰 무리 없이 한번에 통독해도 좋다. 3~4부는 조금 까다롭다.(특히 4부가 절정.) 대신에 1~2부는 직관적으로(!) 이해할만한 수준이다. 치밀한 계산인지 우연의 일치인지 전체 내용이 조금씩 이어지는 듯 하면서도 따로 놀고 있다. 도데체 무슨 속셈인지 크게 보면 1부만 따로 놓고 2~4부를 한묶음으로 2개로 나눠서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이 책의 풀네임인 우연의 일치와 카오스 등 그 모든 수학 재즈(Coincidences, Chaos, and All That Math Jazz)는 '제 1부 불확실성의 이해'의 내용을 말하고 있어 전체 내용을 포괄하지 못한다. 설마하니 카오스 한 단어로 프렉탈(3부)과 4차원(4부)를 표현한건 아닐테고? 그러면서 이 책의 진미는 4부인걸 보면 정말 아리송하다. 재차 확인하며 생각하건데 여기에도 두 저자가 장난끼를 발휘한건 아닐까 하며 추측해본다.
유머감각이랄까 장난끼랄까. 두 수학자 양반들은 민주당 당원인가. 아니, 적어도 공화당 지지자가 아닌건 확실하다!
(두 사람의 유머감각과 정치성향. 믿거나 말거나.)
125p _ "1달러짜리 지폐 1백만 달러의 무게는 줄잡아 4x400, 곧 1,600파운드(약720킬로그램)에 이른다, 미국 주지사 아널드 슈워제너거라도 단번에 들고 갈 수 없다. 그걸 가져가면 캘리포니아 살림살이에 큰 보탬이 될텐데 안됐다."
177p _ "(황금 비율을 통해 이야기중~) 솔직히 우리가 실제로 투표를 한다면, 어느 사각형이 압승을 거둘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직사각형의 승자를 뽑는 투표를 했다가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2000년 천공 부스러기 악몽이 되살아날 것이다." (主 : 지못미 엘 고어)101p _ (미안해요, 제임스.) 119p _ (기대서 미안) 228p_ (미안.) (主 : 그만 사과해!)
우스개 소리로 미안해 시리즈만 뽑아놨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두 수학자는 글을 어렵지 않게 쓰는 방법을 알고 있다. 최소한 집필 의도에 맞추면 그게 당연한 일이건만 그렇지 못한 책들을 본 탓에 이리 언급해야겠다. 뭐, 그와 동시에 내용이 알찬 덕도 있으니 할말은 다 했다(...).
번역에 대해 왈가왈부하려면 원본대조가 최고지만! 아쉽게도 내 영어 실력은 형편없는데다가 읽으면서 큰 불편도 없었으니 '괜찮다!'라고 말해도 상관없으리라아. 적당한 부분에 역자주를 넣어줘서 다행이다. 저자가 미국인인지라 (저자는 다들 알겠지 하고 쓴거지만) 우리가 모를만한 것도 모두 챙겨준다. 그리고, 128p에 먼치킨(Munchkin)을 어설프게 옮기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 것은 분명
탁월한 선택이였다.(사담 : 이거 하나 발견하니 역자가 꽤나 세심하거나 혹은 꼼꼼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좋은데 딱 한가지 아쉬운 오류 하나. 121p에서 500자리 숫자가 있다. 막연하게 아무 숫자나 나열해놔서 500자리 자연수를 만들어 놓은거랜다. 그런데 '누군가 500자리 수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정확히 이 수를 쓸 가능성은 '1/10의 500승'이다'라니? (확률에 대한 표현은 저게 아니고... 여기서 표현하기 힘들구만요.) 자판에서 숫자패드 0~9를 마구 눌렀을때의 500자가 아닌 '자연수 500자리'라면 분명 저건 틀렸다. 챕터 주제, 문맥상으로 보면 분명 여기의 500자리는 자연수를 의미한다. 고로 정확하게 말하면 '(1/9) x (1/10)의 499승'이다. 첫번째 자리의 숫자가 0이라면 그건 499자리의 숫자가 되니까 0~9의 10개가 아닌 1~9의 9개 숫자만 들어갈수 있다. 부족한 수학 실력으로 보건데 이 책의 오류는 이거 하나만 보였다. 더 있어도 능력부족으로 발견 불가(...) 뭐, 오류는 있다 치더라도 심각하지 않으니 무시해도 상관없다. 커다란 냉장고에 작은 상처 하나 때문에 값이 폭락하지 않을테니까. (중고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생소하거나 쓸모없거나(혹은 그렇게 보이는) 내용들. 일반인들(수능 볼 때 인문계가 자연계보다 분명 더 많다)이 평소라면 절대로 관심 없어할 부분을 쉽고 재미나게 풀어낸다는건 뭘 의미할까. 그 '평소라면 관심 없을~'을 점잖게 바꿔 말하면 바로 '교양'아니던가.혹은 교양이란건 한번쯤 해볼만한(해야하는) 것. 아니, 그냥 그렇다고요(...)
p.s
원래 리포트든 숙제든 마감전날에 해치우는게 제맛인데 이런 말도 안되는. 개학 전날에 30일치 일기를 써대던 놈이 리뷰를 마감 4일전에 써냈어요! 이건 말도 안돼. 시험 전날에 처음 범위를 알아보던 녀석이 왜 이럴까요. 그거슨 바로 변덕.(그런데 수능이 40일도 안 남았습니다)